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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도 없는 그곳 노웨어
적도의 태평양에서 오로라의 북극까지
아름다운 표지의 사진에 매료되어 집어들었고 내가 꿈꾸는 모든 곳들-아프리카, 북극, 몽골리아-의 기행과 멋진 사진들이 함께 담겨 있어서 안살 수 없어서 억지로 산 책이었다. 몇 단어로 책에 대한 나의 느낌을 표현하자면.. 뭐랄까. 호기심. 흥미. 그것보다 더 깊은 차원의 것은 없다.
어느 정도는 'literature'이라기 보다는 'magazine'의 느낌이 있다. 지속적으로 읽으며 글을 곱씹어 보기 보다는 일회적으로 각 여행지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깊은 성찰과 내면의 철학을 담긴 글들이라기 보다는 '나는 이런 특별한 여행을 다녀왔다. 당신들은 가려고 해도 힘들 것이다. 자, 이 멋진 오로라의 사진을 보아라. 특별하지 않은가.'라는 식의 느낌을 받았다. 물론 이건 푸코와 아도르노의 '저자의 죽음' 컨셉트를 빌어 텍스트의 해석은 전적으로 독자에게 있다는 것을 전제하고 하는 말이지만.
특별한 곳을 여행한 사람들의 특별한 생각이라기 보다는 여행도 자주 다니고 글도 자주 쓰는 사람들의 멋내기용 책이라면 너무 메마른 비판일까. 그들이 다녀온 장소만큼의 특별한 생각, 또는 그 여행지의 고유함과 독특함이 inspire해서 저절로 흘러 나오는 생각이 없다는 것이 아쉬웠다. 글을 쓸 때 나의 주제가 특별하다면 그것 뒤로 나의 생각들이 빛이 바랠 것이 아니라 그만큼 나의 내면에서 쏟아나오는 진실들이 함께 빛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사진들은 정말 아름답다.